남을 위한 말, 나는 왜 나에게 하지 못했을까?
SNS를 보다 보면, 우리는 매일 누군가에게 다정한 말을 건넵니다.오늘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DM
– 하루 한 문장,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한 실천의 기록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너무 고생했어!”
“오늘도 잘 해냈어.”
“지금도 충분히 멋져.”
이런 말들은 친구의 스토리 리플, 인스타그램 DM, 혹은 댓글 창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나는 왜 그런 말을 나 자신에게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까?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가장 가혹하게 대합니다. 실수를 해도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는 위로보다는 “왜 또 이 모양이야”라는 비난이 먼저 나오곤 하죠.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나에게만큼은 유난히 엄격했던 그 오랜 습관을 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작지만 진지한 실천.
바로 ‘나에게 DM 보내기’ 프로젝트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하루에 한 번, 내가 평소 친구에게 보내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그대로 나에게 DM으로 보내는 것.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만들고, 진짜 ‘나’를 팔로우한 뒤 직접 DM을 보냈습니다. 단순한 ‘자기 위로’가 아닌,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작은 실험이었죠.
나에게 DM을 보내며 마주한 감정들
첫째 날, 나는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 진짜 수고 많았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잖아.”
생각보다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한 말인데도, 나에게 보내니 어색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말을 나한테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놀랍게도, 그 메시지를 받고 나서 약간의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감각, 어색했지만 묘하게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셋째 날, 일이 너무 바빴고 자존감이 바닥을 칠 만큼 지쳐 있었습니다.
그날 보낸 DM은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오늘은 버틴 것만으로 충분해.”였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말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들을 기회조차 없었던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내가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는 일이, 그 무엇보다 절실했구나.
다섯째 날,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나답게 잘 살았어.”
“하루 종일 애썼어. 쉴 자격 있어.”
이 말들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나의 감정과 상황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표현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외면했던 내 기분, 감정의 파편들이 메시지를 통해 구체화되었고, 비로소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 실천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내면의 대화’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뭔가 실수하거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곧바로 자책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자리에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 변화는 단 하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매일 한 줄씩, 다정한 말을 나에게 축적하면서 생긴 결과였습니다.
하루 한 문장이 만든 나와의 새로운 관계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저는 이 프로젝트를 멈출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믿게 되었고, 덜 미워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고 불만족스럽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도 괜찮아. 과정 중에 있어.”라는 말을 들은 듯한 안정감을 느낍니다.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엄격했던 내가, 이제는 나에게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SNS의 DM은 이제 더 이상 타인에게만 열려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 공간에 나 자신을 초대해 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꿉니다.
감정 정리는 물론이고, 자기 인식, 자기 수용, 그리고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 자라나는 계기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이 실천은 어렵지 않습니다.
매일 하루 한 문장, 단 10초면 됩니다.
하지만 그 10초는 내 하루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마법이 됩니다.